2009년 10월 18일
또 한해가 갔다. 아직 2개월 여 남은 연말 이야기가 아니다.
탄생 주기가 돌 때마다 이런 날을 기념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생각해본다. 어차피 시간개념이라는 건 인간이 연속적인 자연현상을 알기 쉽게 토막낸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로, 1년을 3일로 축소한다면 난 이미 몇 백살의 세월을 겪은 노인장일 것이다. 결국, 인위적인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내 자신에게 뽑아낼 만한 근사한 속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묘사할 수 있는지 고민해본다.
고백하건데, 근 ㅡ (자연학도가 아닌 탓에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365일이라는 만들어진 일자 수의 주기를 지내면서 겪은 일들이 아직 남은 내 생애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간단히 확증할 수 는 없다. 아직 그런 깜냥도 없고, 지혜도 부족하며, 무엇보다 통찰력이 무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으름도 늘고 있다. 푸념이 쉬어지고, 사물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던 희미한 감수성마저 메말라간다. 천평일률적인 묘사에 함몰되고 있고, 비딱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 점차로 힘들어진다. 그런 상황이건데 ㅡ 현재를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며, 가소로운 오만감에 불과하다. 그래도 매년 확인하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인가? 안도감을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인가? 올 해는 그 점을 곱씹어볼 생각이다. 글쎄? 잘 될지는 모르겠다. 이른바 내공이 부족한 것이리라.
이러한 고민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젠가 머리속의 상상들이 싱싱하게 펄떡거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예리하게 다듬어지는 그 날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이 것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며, 이번 한 해의 주기에 찍는 소소한 방점이 될 것이다. 이 행위조차 오만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어때? 나쁘지 않잖아?
# by 시와랑 | 2009/10/18 13:11 | 언어제조공방 | 트랙백(2) | 핑백(2) | 덧글(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