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라리리츠의 제 3층입니다.




 


 




라리리츠의 구석방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은 오리지널 소설 ㅡ 라비린스와 팬픽선들이 올라오는 삼류글쟁이의 허름한 구석방입니다. 다크물을 좋아하신다면 또 한번 환영하겠습니다만 고어물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취향이니 봐주세요.

글에 대한 비판이나 포스팅 내용의 부정확성 혹은 건전한 비평과 토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러나 기본에 어긋나는 행동과 그로 인한 갈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행동해나갈겁니다.
 
이 이글루는 기본적으로 텍스트 지향의 이글루입니다.
이미지가 올라올 일은 많이 없을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




ㅡ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ㅡ



다들 즐겁게 이용해주세요


 





by 시와랑 | 2008/08/22 17:15 | 라리리츠 4식 (공지사항) | 트랙백 | 덧글(54)

The Crow - Monster 03

열폭의 시작...



귀차니즘의 발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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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떨어진 걸까? 그때 루드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래서... 라니요?”


마법사는 의아하게 루드를 바라봤다. 질린 신색으로 관자놀이를 짚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 거냐?”

“간단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괴물이 표식을 남긴 사람들이 찾아주셔야 합니다. 확보하여 보호하든지, 아니면 다른 처분을 내려서 괴물이 마력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제아무리 무시무시한 괴수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할 테니까요.” 


마법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돌아봤다.

또다시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별 것 아닌 말과 목소리. 뱉어지는 단어들에

관객들은 잠에 취한 듯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니, 눈빛에선 다음 말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사건을 기록하던 아이린조차 펜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마법을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루드는 필사적으로 입을 떼려했다. 이쯤에서 끝내야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질 않았다.


마법사가 정면에서 자신을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빛에서 빛나는 그의 시선이

너무 매혹적이었다. 루드는 거부하지 못하게 ㅡ 바라만 봤다.

그러자 마법사의 입가에서 희미하게 냉소가 피어오른다. 여자의 입술보다 부드러울 것 같은 저 입술이 열리면, 어떤 고혹적인 이야기가 나올까? 아니, 그 전 까지 했던 이야기들이 그렇게 흥미가 있는 것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맹목적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 듣고 싶은 욕망 때문에 오만하게 끼고 있던 팔짱도 자연히 풀려 버린다.  


이것도


마법?


루드는 머릿속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사이비 종교 같은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른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상념을 찔렀다. 곧바로, 검은 양장을 입은 사내가 자신의 시야를 가린다. 그러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던 그녀의 머릿속이 일순간에 맑아졌다. 고개를 두 어 번 흔들었다. 그리고 입에 담배를 물곤 불을 붙였다. 혼란스러울 때는 담배라도 피워야 했다. 잎에 불을 붙이는 순간, 도상우의 등 너머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사기꾼에서 이제는 사이비 종교 입니까? 마법은 종교 같은 게 아닙니다.”


무슨 이유일까? 여태껏 여유만만 했던 마법사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졌다. 루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법사는 도상우의 등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맹목적인 믿음이 교조화 되면 그게 종교입니다.”

“꽤 흥미로운 말씀을 하시는 군요.”

“이래 뵈도 수사학자라서요.”


마법사의 눈살이 찌푸려졌을 것이다. 도상우는?

아마 분명 나른한 실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둘의 표정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루드는 자리에 도로 앉아 버리곤 냉소했다. 스스로 으스대며 수사학자라고 지껄인 것이 우스워서였다. 게다가 수사학자는 자신이 붙여준 게으름뱅이 도상우의 별명이었다. 별 것 아니었다. 메이던 대학의 2학년생들에게 따라붙는 별칭이 수사학자이니까. 2학년을 중퇴하고 나온 도상우를 그렇게 불러왔던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인문학적으로 개념화 된 말을 잘도 내뱉는 것을 보면, 확실히 수사학자로 보였다. 궤변이란 말 정도는 붙여줘야 정확하겠지만.

 

루드는 고개를 돌렸다.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 옆에 놓여진 조그만 철제 책상에서 아이린이 취조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미소가 띄어진 표정은 방금 전부터 변화가 없었다. 마법사가 지껄였던 그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모두 적었을지 궁금했다. 취조내용도 검열대상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마법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는 건 꺼려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아이린이라면 그런 것은 상관안할 것이었다. 그까지 생각이 미치자 궁금해졌다. 이 정신 나간 취조가 객관적으로 써질 수 있는 걸까? 슬쩍, 너머를 흘겨봤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점점 기울어졌다. 그때, 아이린이 루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루드는 내심 깜짝 놀랐지만, 겉으론 태연하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어머. 신경 쓰이세요?”


역시 아무 소용없었다. 사람 심리를 간파하는 데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그녀였다. 루드는 볼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 뭐 ... 궁금해서 ...”

“어차피 총책임자시니까, 보셔도 상관없는데요.”


상냥한 미소로 배려해줬지만, 루드는 괜히 도상우에게 짜증을 부렸다.


“계속 말장난이나 할 셈이야!”

“에? 잠시만 ㅡ 계장님 전체적으로 시작은 이쪽이 먼저...”

“닥쳐. 빨리 빨리 결론을 내리란 말이야.”


루드는 소리 나게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그 기세에 도상우는 뒤로 물러섰고, 마법사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당신의 권고사항은, 표식이 있는 괴물의 표적을 찾아달라는 거 아니야?"

“계장님?”


도상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 했다. 지금 루드 루키안의 발언은 ㅡ 사실 상 마법사의 말을 믿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부에서 알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사실은 망각한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단 당신이 사기꾼인지, 사이비 교주인지는, 그 표식이 있는 작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나서 판단할 생각이야. 그 놈들도 당신이랑 한패인지, 아니면 정말 말한 대로 괴물 나부랭이가 이 도시에서 분홍빛 꽃잎을 나풀거리며 발레라도 출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테니까.”

“이거 고맙습니다.”


마법사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반면, 도상우는 울상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린은 어느새 펜을 놀리며 열심히 취조록에 단어들을 써나갔다. 루드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도상우가 다시 한번 고집쟁이 상관을 설득해보려 했다. 그러나 이내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그녀의 눈빛에 제압당해버렸다.


도상우가 뒤로 물러서자, 루드는 피곤한 듯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마법을 인정하든 하지 않던, 그런 건 솔직히 상관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던 그런 뻔한 사실로 고민하기는 싫었다. 이 이상 머리가 혼란스러운 건 사절이었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그녀의 결정은 현실적인 판단이기도 했다. 시민이 국가에 대해 일생동안 3번. 절대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시민최종권고는 무조건수리사항이었다. 여기서 아무리 투닥 거려 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시민최종권고를 취소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단인 마법사의 권고 역시 취소사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러려면 연방정부의 직인이 필요했고, 중앙에서 직인을 가져오는 데만 이주일은 넘게 걸렸다. 취소청구서는 청구서대로 보내고,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도상우도 어느 정도 납득을 했는지 더 이상 토를 달진 않았다. 다만 마법사를 계속해서 노려보고는 있었다. 루드는 실소했다. 저 게으름뱅이. 어지간히 일 하지 싫은 모양이었다. 방금 전도 어떻게든 골치 아픈 일을 회피해보려고 발악하는 모습이 가소롭기 까지 했다.


“여기가 전체적으로 중앙과 먼 것을 행운으로 알았으면 합니다.”


냉랭한 도상우의 말에 마법사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말입니다.”


쑥스럽게 입을 여는 마법사의 표정에 루드의 신경을 건드렸다. 당장 험악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뭐야? 당신의 요구사항은 알겠으니까. 돌아가라고. 표식인지 하는 걸 단 사람들은 잡아 놓을 테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건지, 마법사는 여전히 수줍은 미소로 고개를 끄떡였다.


“아 ㅡ 배려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서 희미하지만 날카로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제가 여러분들의 수고를 덜어드리려고 말이죠. 아니, 수고라고 부르기는 뭐하군요. 원래 의뢰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ㅡ 일이 준 거지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모두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법사의 목소리가 울린다. 마치 영창을 외는 것 같았다.

루드는 꺼림칙했다. 저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작스레 폐부를 찌르던 담배연기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갇혀버린다.

속이 울렁거렸다. 숨이 가팔라졌다. 자신도 모르게 ㅡ 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얼마 있지도 않는 위장의 내용물들이 식도까지 올라왔다.


“표식을 가진 사람은 ㅡ ”


펜던트를 가지고 있던 아이.


“사실은 말입니다.”


시큼하고 끈적이는 갈색빛깔의 액체.

그저 흩어져 버린 고깃덩이들이 상상된다. 왜?

어렴풋이 상상되던 환영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녀는 헛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용물은 꾸역꾸역 식도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환상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널브러지고, 굴러다니고, 잘려나갔다. 그렇게 다져진 시체들 사이에 융단처럼 깔린 붉은 선혈은 그녀의 시각을 어지럽혔다. 이건 고문이었다. 루드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환영은 여전했다. 다시 눈을 뜨고 심호흡을 했다. 소용없었다. 목구멍까지 역한 것이 올라오고 나서야, 잔상처럼 흩어져 한꺼번에 갈무리되어 사라지는 것이었다.

루드는 입을 가리고 콜록거렸다.

아이린과 도상우는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아니, 보이지가 않는 걸까?


설마 ㅡ

자신만이 걸려버린 마법인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할 수 없었다.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랬다.

분명 이건, 이건 ㅡ


이 건 마법이 아니었다.


몸이 흔들거렸다. 왼 손으로 팔걸이를 잡고 필사적으로 버텨본다.

그때 ㅡ 마법사가 마지막 단어를 뱉었다.





“찾는 사람은 ㅡ 단 한명입니다.”




누구?


“제대로 말하는 것이 좋겠군요.”


단 한명?


“조금 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뭘?


“10 년 전 괴물한테 있었던 사고입니다.”


도대체 ㅡ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루드는 고개를 숙였다.

식도가 꽉 막혀 호흡하기 곤란했다.

머릿속이 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커다란 바늘이 뇌를 쿡쿡 찌르는 것처럼.

두통이 이마에서 관자놀이를 전염되더니 정수리까지 뻗쳐

그녀를 괴롭힌다.

  

견딜 수 가

없었다.


“계장님? 루드 계장님?”


먼저 그녀의 상태를 눈치 챈 것은 아이린이었다. 그녀는 다급히 일어섰다. 곧바로 콜록거리며 쓰러지려는 루드를 붙잡았다. 아이린은 당장 손을 잡아봤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게다가 입에선 흐릿하게 연기가 불쑥불쑥 뱉어지고 있었고 안색은 죽은 사람마냥 창백해진지 오래였다.


“담배연기가 폐에 잠겼어요. 상우씨. 잠시 계장님 좀 데리고 나가 있을게요. 계장님? 정신 차리세요! 계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멀어졌다.

나중에는 단어들이 뭉개져 소음처럼 귀에 닿을 뿐이었다.

뭐라고 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선명하지 못한 관경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보질 못했다.

의식이 서서히 멀어진다.

시야도 검은색으로 채색되어간다.

루드는 그대로 ㅡ

정신을 잃고 말았다.



00-2 문헌



(전략 ㅡ 수집했을 때는 이부분이 찢겨나가 있었음)


여하튼 앞서서 말한 그 창백한 에메랄드빛의 저주는 여러 이야기를 나았죠.

그럴 만도 해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그야말로 악마의 속삭임같이 고혹적이고 황홀한 거니까요.

여기 그 것의 예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예전에는 크리스토퍼 잭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젊었고, 패기 넘쳤으며, 자신만만하고 야심가였던 마법사였습니다.

바로 최초의 마법사이자,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그림 메히라디프와 같은 위대한 마법사가 되길 강렬히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능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견습시절부터 도제가 될 때까지 통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마술사들도 감지하는 마력의 흐름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의 스승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마법이 필요 없는 기술을 전수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바로 마법의 약을 조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보통의 마법사들이라면 천하게 여겨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서는 ㅡ 설령, 악마에게 혼을 판다고 해도 괜찮았습니다.


그는 맹렬히 조제법을 익혀 나갔습니다. 약의 공식을 외우고, 어느 재료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습득했으며, 어떠한 기계를 사용해야만 효과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지를 배워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푸른독말벌 풀 같은 경우는 오동나무독버섯과 섞을 때 높은 화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플라스크에 넣어 향기를 짜내야 하며, 유그다스의 꿀벌과 마리아드의 돼지개구리를 잘게 다져 넣으면 차가운 성질의 합성마법이 된다는 식었지요. 이러한 조제마술에서 마법에 대한 재능은 필요 없었습니다. 오직 순수한 지혜와 명민한 통찰력. 그리고 번뜩이는 착상만을 필요로 했죠. 그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던 그에게 정말이지 딱 맞는 분야였어요.


그러나 조제마술로써 마법의 극에 도달한 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남보다 훨씬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던 그는 2년도 되지 않아 그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는 절망했습니다.

더 이상의 모든 희망을 박탈당해버린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빨리 포기의 이정표를 지게 된 것은, 그의 놀랄 만큼 탁월한 지혜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쌓아온 금자탑을 스스로 부수기로 결심했습니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고, 써왔던 모든 처방전을 화톳불의 땔감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토막을 가지고 왔습니다. 끝부분을 천으로 둘둘 여민 다음 그 곳에 불을 붙입니다. 향하는 곳은 지하의 도서관. 여태까지 모아 온 마법서들을 모조리 태워버릴 심산이었던 겁니다. 


그는 이 잡듯이 뒤져가며 책들을 책장에서 끌어내렸습니다. 화형식에 쓰일 제물은 충분했습니다. 무려 ㅡ 천 여 권이 넘어 갔으니까요. 거칠게 책장을 무너뜨리며 엎었지만, 책들을 한 곳에 모으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정열과 희망과 미래를 적어놓았던 그의 도서들이 불길 속에서 잿더미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때였습니다.


책 한 복판에서 강렬하고도 영롱한 에메랄드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빠진 크리스토퍼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그러자 이내 빛은 붉은 화염 한 복판에서 고혹적인 춤을 추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녹색에 화염에 그만 눈길을 뺏겨버린 그는 자신의 손이 타들어간다는 것조차 잊은 체, 잿더미를 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콜록 콜록 기침소리가 울립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손바닥도 다 타버려 뼈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젊고 잘생겼던 얼굴도 어느새 해골의 끔찍한 몰골로 변해갑니다.


모습이 기괴하게 바뀌어 지는 것과 비례해서,

그의 이성도 차례차례 해체되어 갑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마법을 배웠고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조제를 했으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잿더미를 헤집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합니다. 그저

ㅡ 헤집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온몸에 붉은 화염을 뒤집어 쓴 망자에게서 무서운 일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불길이 그의 피부를 파괴하고 뼈 속을 긁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크리스토퍼의 해골이 끔찍하고 소름이 돋는 괴성으로 질러댑니다. 화염 속에 언어는 부서져 무엇을 말하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마법의 단어를 지껄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불길은 점차 멎어집니다. 하지만 녹색의 빛은 계속해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온 몸 구석구석이 에메랄드 빛깔을 한 정체불명의 기운이 스며들어갑니다.

혈관이 역류하고 심장이 멎어집니다.

머릿속의 기억들은 희미하게 지워져 가고 시야는 거무튀튀한 어둠으로 채색되어버렸습니다.

해골을 울부짖습니다.

울부짖으며 뛰쳐나갑니다.

그러자

놀랍고도 두려운 변화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의 뼈 위로, 썩은 살들이 붙어나갑니다. 태워진 옷자락 대신, 검은 후드와 수도복이 걸쳐져 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눈동자에서는 탐욕스런 식욕이 느껴지고, 생선아가리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삼각형의 상어 이빨은 밉살스러우면서도 공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ㅡ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ㅡ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건 그토록 원했던 강력한 전설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축복이라고 할 수 는 없었습니다.

그는, 인간이었던 크리스토퍼 잭은,

사람들의 마력의 원천을 먹고 살아야만 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괴물이 되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인근에 있던 마법사들을 모조리 잡아먹었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요.


괴물은 생각했습니다.


ㅡ 어떻게 하면 식욕을 더 채울 수 있을까?


원래 천재적인 두뇌를 지니고 있었던 괴물은 한 가지 끔찍한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ㅡ 마력의 양식이었습니다.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의 마력을 양식한다면,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사람들을 잡아다가 표식을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척수를 부러뜨려 내용물을 빨아먹었습니다. 이제는 허기짐도 해결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잘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인간일 때의 기억은 회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자신은 마법을 지니고 있고, 그 추악한 식욕도 충족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저주를 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알아채고 자신의 하수인까지 만들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훌륭하고 인격이 높은 마법사들을 필두에 섰습니다. 강력하고 증오심 넘치는 사람들의 반격을 당하지 못한 괴물은...


결국 어느 강력한 마법사에게 힘을 봉인 당하고 먼 곳, 땅 밑으로 쫓겨 가게 됩니다. 10년에 한번 달이 없어지는 때 외에는 더 이상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괴물은 강력했습니다.

자신을 봉인했던 마법사는 전투와중에 죽어버렸고, 몇몇 이름난 영웅들이 호기롭게 나서보지만 모두 사지가 해체되어 먹잇감이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마법사이든 예언자이든 심지어는 용사라도 그와 정면으로 대결할 순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하수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한 체 여전히 호시탐탐 주인의 먹이 감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에 한번 달이 없어지는 때.


괴물은 세상에 나와 지목했던 먹잇감들을 먹어치웠습니다.

공포의 시간이

돌아온 것입니다.


네 차례에 걸쳐 살육과 학살의 시간을 가졌지만.

괴물은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걸린 제약의 주박을 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세상에 나왔을 때 ㅡ 괴물은 알아버렸습니다.


제약을 부숴버릴 방법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ㅡ 주박을 걸었던 마법사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그 마법사의 집안은 예로부터 능력의 재래가 일어나는 기이한 내력을 가진 가문이었던 거죠. 그 중, 주박을 걸었던 마법사의 능력을 내려받은 자. 즉, 마법사의 현신을 먹이로 먹어치우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을 옥죄고 있던 지긋지긋한 옥쇄도 단번에 부숴버릴 수 있었습니다. 괴물은 자신의 하수인들을 이용해 자손을 찾는 데 모든 능력과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괴물은 해냈습니다.


여섯 번째 세상에 나왔을 때 마침내 그는 그 인간을 찾았습니다.


그 마법사 집안의 인간을 찾은 것입니다.


그 마법사 집안이란 ...


(여기서부터 내용 없음)





헤이아달 고대 마법 설화집


   소장 번호 234 - HM- 01


  메이던 종합대학         

가치역사학(Valutory)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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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소장번호 설정은 HDM으로 할걸 그랬나?(쓸데없는 걱정)

by 시와랑 | 2008/08/20 21:01 | ㄴThe Crow | 트랙백 | 덧글(3)

The Crow - Monster 02


열폭 결정?! 모르겠습니다. (야)



그저 수면 증후군... 








00 - 1 증언 02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 실망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 인가요?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똑똑히 봤습니다.

그런데 ㅡ 왜 다들 거짓말만 지어내는 거죠?

사고라니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아직도 ㅡ


제 아버지에게서 빠져나간 그 체액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고요!


당신들도 혹시 한 패인 거 에요?

저를 소년원에 보냈었던 그 사람들과 한패였던 거 에요?

아니면 ㅡ 그 괴물과 한통속인거군요. 그렇죠? 지금 떼를 쓰는 게 아니에요.

진실을 말하고 있단 말하고 있단 말이에요.

괴물은 있어요!

마법은 존재해요!

저주는 지금도 ㅡ 지금도 ㅡ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거짓말 같아요? 당신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봐요. 내 말이 참말인지 아닌지!

물론 ㅡ 줄기차게 들어왔던 말입니다.

그 사고 이후, 사람들은 절 보고 어린아이의 환상이다. 사고로 부모가 죽어서 정신이 나간 것이다. 라고 하지만, 전 그때도 16살이었어요. 어엿한 어른이었단 말이에요.


아니, 그만 ㅡ 그만 이야기하세요. 당신 말을 더 듣고 있다간,

저도 ㅡ

저 자신도

거짓을 진실처럼 믿고 그 안에 숨어 버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싫어요.


그만 지껄이세요! 듣기 싫어요! 



02 취조



루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새 것을 입에 물었다. 심각한 건 루드 옆에서 줄곧 경청하고 있던 도상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진절머리 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결국 뻣뻣한 모양새로 한 마디 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ㅡ 당신은 마법사고, 10년 전에도 나타났던 이 도시에서 나타날 재앙에 대해 시민최종권고를 올린 거죠? 그리고 그 도시의 재앙은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한, 흑발의 괴물이며 ㅡ 놈은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이정도 이려나요?”


증언을 정리하며 도상우는 조심스레 루드를 살펴봤다. 그러나 감정읽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로서는 언제나 만사 불편한 신색을 하고 있는 상관의 비위를 맞추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설프게 맞장구 쳤다간 아첨 싫어하는 그녀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루드도 불만인 건 매한가지였다. 물론 그 이유는 그녀 옆에 있는 도상우라는 남자 탓이었다.


동방대륙인. 그것도 동방 최대 종족중 하나인 주신 출신인 그는 비록 중퇴였지만 무려 메이던 대학 출신이었다. 헤이아달에서 메이던 출신이 갖는 의미는 특별했다. 광활한 헤이아달 대륙 중 인문사회학으로서는 가장 명문 대학인 메이던 대학에서는 현재 공화국의 실권을 잡고 있는 연방정부의 주요 요인을 교육하는 곳이기도 했다. 요컨대 메이던의 학생들은 이른바 정부의 핵심 지도부가 될 예비군들이었다. 루드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도상우가 자신의 소속으로 들어왔을 때만해도 내심 그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었다. 유능과 명민함은 그녀가 좋아하는 단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ㅡ 도상우는 그런 그녀의 기대를 처참하게 배신해버렸다. 첫인상부터 안 좋았었다. 후줄근한 공무원 복장. 의미심장한 것처럼만 보일 뿐인 맥 빠지는 실눈. 지어내는 듯한 가식적인 미소까지. 도저히 호감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지독한 게으름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의 인내심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나 화를 내도 소용없었다. 감봉도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ㅡ 루드는 도상우라는 인간이 일을 맡는 것 자체가 불안요소로 인지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도상우라고 그녀가 자신에게 느끼는 불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거의 적의에 가까운 성질이었다. 이 붉은 머리칼의 냉철한 미인이 자신을 노려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니까 알만했다. 게다가 이번 일 같은 경우는 상황이 나빴다. 처음 맡을 때만 해도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 사기꾼을 적당히 구슬려 잡아맨 다음, 경찰로 대충 넘길 심산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루드 계장이 난입해 버렸다. 일이 틀어진 것이다. 도상우는 자꾸만 절망적인 한숨이 나왔다. 저 고지식한 인사가 시민최종권고자를 곱게 보내줄 리 만무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속칭